2026-07-22

이번 대기업 감원, 하필 '말 전달하는' 프로덕트 매니저부터 골라냈다

먼저 이번 달의 실화 몇 개를 나란히 놓고 보자.

Layoffs.fyi의 집계에 따르면, 7월 20일 기준 2026년 테크 업계에서는 이미 302건의 감원이 발생해 약 20만 명이 영향을 받았다. 하루 평균 천 명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그중 절반 이상의 감원 공지가 어떤 식으로든 AI를 콕 집어 언급했다.

Microsoft는 4800명을 잘랐다. 영업, 컨설팅, Xbox 어느 하나 비껴가지 못했다. 그런데 Microsoft 인사 총괄 Amy Coleman은 대세와는 전혀 다른 한마디를 남겼다. “오늘 잘린 이 자리들은 AI가 대체한 게 아닙니다.”

Meta는 더 뒤틀려 있다. 전체 인원의 10%에 해당하는 약 8000명을 자르면서, 같은 시기에 새로 만든 AI 핵심 직무로 약 7000명을 재배치했다. 한 손으로는 사람을 문밖으로 밀어내고, 다른 손으로는 사람을 AI 부서에 밀어 넣은 것이다.

이것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보인다. 모두가 “AI가 일자리를 대체했다”고 말하는데, 막상 구체적인 어느 한 회사를 보면 정작 그들 자신도 AI가 대체한 게 뭔지 딱 잘라 말하지 못한다. Microsoft는 선을 긋기 바쁘고, Meta는 자르면서 동시에 뽑고, 오직 구경꾼만이 “기계가 밥그릇을 빼앗았다”고 확신에 차 있다.

그렇다면 대체 잘려 나간 건 무엇인가?

잘려 나가는 건 머릿수가 아니라 ‘단계’다

지난 반년간 대규모로 잘려 나간 자리들을 펼쳐 놓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 공통점 하나가 보인다.

가장 세게 잘려 나간 건 대개 일을 제일 잘하는 최전선도, 가장 뛰어난 전문가도 아니다. 그 중간 층 — 상사의 의도를 과업으로 번역하고, 최전선의 진척을 보고서로 취합하고, 두 부서 사이에서 정보를 맞추는 그 부류다. GitLab은 “에이전틱 AI 시대”를 위해 재편하면서 몇 개 층의 관리 직급을 잘라냈다고 대놓고 밝혔고, Meta가 이 몇 년간 반복해 온 일도 이름하여 “플랫화(flattening)“였다.

이 자리들의 핵심 업무를 까놓고 말하면 딱 한 가지다. 말 전달.

A가 한 말을 B가 실행할 수 있는 말로 번역하고, 다시 B가 한 일을 A가 알아볼 수 있는 진척으로 취합한다. 회의하고, 정렬하고, 단톡방 만들고, 주간 보고 쓰고, 일정 독촉하고 — 하루를 돌아보면 정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부분은 얼마 없고, 대부분의 시간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정보를 나르는 데 쓴다.

그런데 정보를 나르는 일이야말로 AI가 지금 가장 매끄럽게, 가장 먼저 넘겨받을 수 있는 일이다. 지치지 않고, 모든 요구사항 문서를 한꺼번에 다 읽고, 모든 프로젝트 진척을 동기화하고, 언제든 구조화된 보고를 뽑아내는 모델은 “말 전달”이라는 이 단계를 정확히 조준한다. 그래서 이번 감원이 진짜로 지워 내는 건 개개인의 머릿수가 아니라, “중계”라는 직무 한 층 전체다.

말 전달이라는 일이 지치지 않는 모델에게 넘어갈 수 있게 되면, 말 전달로 버티던 자리는 감원 명단에서 가장 설명이 필요 없는 칸이 된다 — Microsoft조차 그걸 AI의 공으로 쳐 주기 귀찮아할 정도로.

프로덕트 매니저는 말 전달 밀도가 가장 높은 직종 중 하나다

여기까지 오면, 프로덕트 매니저는 앉아 있기 힘들어진다.

왜냐하면 “말 전달 밀도”로 모든 직종을 줄 세운다면, 프로덕트 매니저는 십중팔구 맨 앞에 설 것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PM의 하루를 떠올려 보라. 오전엔 요구사항 리뷰에서 상사가 던진 “우리 AI 기능 하나 만들자”를 PRD 한 부로 번역하고, 오후엔 부서 간 정렬에서 디자인의 아이디어를 개발에 전하고 개발의 우려를 운영에 피드백하고, 저녁엔 진척을 독촉하고 일정표를 갱신하고 내일 보고를 준비한다.

이 안에서 당신이 직접 창조한 건 얼마나 되고, 몇몇 무리 사이에서 정보를 나르고 오해를 없애고 리듬을 맞춘 건 얼마나 되나? 많은 PM에게는 후자가 업무의 본체다.

이 말 전달에 가치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과거에는 회사 안에서 정보가 안 통하고 부서 간 벽이 두꺼웠으니, 말을 분명하게 전하고 리듬을 맞출 줄 아는 사람은 확실히 값이 나갔다. 문제는, 이 가치의 전제가 “정보 전달이 비싸다”는 것이었는데, AI가 정보 전달 비용을 0에 가깝게 때려 내리고 있다는 데 있다. 요구사항은 자동으로 구조화되고, 진척은 자동으로 동기화되고, 부서 간 정보 격차는 공유된 하나의 모델이 메워 버린다. 말 전달이 공짜가 되면, 오로지 말 전달을 맡던 자리는 가장 난처한 위치에 서게 된다.

프로덕트 매니저가 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자기 가치 전부를 “나는 일을 매끄럽게 조율할 수 있다”에 걸어 둔 프로덕트 매니저는, 하필 AI가 이번 라운드에 가장 먼저 훑고 지나가는 자리에 서 있다.

그렇다면 살아남는 건 어떤 PM인가

비교해 보면 분명해진다.

똑같이 “이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다”를 발견해도, 한 PM의 동작은 이렇다. 문서를 한 부 쓰고, 리뷰를 한 번 잡고, 요구사항을 엔지니어링에 전달하고, 2주를 기다리고, 엔지니어링이 demo를 하나 만들어 오면, 그걸 다시 가져와 맞는지 본다. 이 사슬 전체가 죄다 말 전달과 기다림이다.

또 다른 PM의 동작은 이렇다. 오후 한나절 동안 직접 AI로 클릭도 되고 굴러도 가는 프로토타입을 하나 만들어, 곧장 사용자 앞에 들이대고 반응을 본다. 맞으면 그때 엔지니어링에 넘겨 제품으로 만든다. 그 중간의 “말 전달 — 일정 — 기다림” 2주를, 그는 제 손으로 한 번에 먹어 치웠다.

차이는 누가 더 똑똑하냐가 아니라, 첫 번째 사람의 가치는 “정보가 그의 손을 거쳐 중계된다”에 붙어 있고, 두 번째 사람의 가치는 “결과가 그의 손에서 굴러 나온다”에 붙어 있다는 데 있다. AI는 전자를 대체할 수 있지만, 후자는 대체하지 못한다.

Meta가 옛 자리에서 AI 부서로 옮겨 넣은 그 7000명이 옮겨 간 방향이 사실 바로 이것이다 — “낡은 프로세스를 유지하는 말 전달 자리”에서 “AI가 진짜로 뭔가를 산출하게 만드는 일하는 자리”로. 회사는 사람이 필요 없어진 게 아니라, 오로지 말 전달만 맡는 그 자리가 필요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이번 감원이 주는 신호는 아주 구체적이다. “나한테 아이디어가 있다”를 곧장 “여기 쓸 수 있는 물건이 있다”로 바꿀 수 있을수록, 중간에 당신이 전달해야 할 말이 적을수록, 당신은 이번 라운드에 훑힐 확률이 낮아진다. AI를 쓸 줄 아는 건 입장권일 뿐이고, 진짜로 격차를 벌리는 건 한마디 말을 스스로 굴러가는 결과로 바꿀 수 있느냐다.

마지막으로

Microsoft의 “AI가 대체한 게 아니다”는 그 한마디는, 어쩌면 지난 반년 사이 가장 정직하고 또 가장 쉽게 지나쳐지는 말일지 모른다.

입 밖에 내지 않은 뒷문장은 이렇다. 어떤 자리가 그 가치 전부를 정보 사이를 나르는 데만 두고 있다면, 그게 누구에게 대체되느냐는 시간과 명분의 문제일 뿐이다 — 올해는 AI라 부르고, 작년엔 비용 절감이라 불렀고, 재작년엔 플랫화라 불렀다. 명분은 매년 바뀌지만, 골라내는 자리는 변하지 않는다.

감원 명단은 해마다 갱신된다. 말 전달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언제나 명단의 맨 앞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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