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80%가 AI를 명분으로 사람을 잘랐지만 돌아온 건 없었다, 그들은 AI의 쓸모를 거꾸로 알았다
가트너가 막 내놓은 조사 하나가 적잖은 CFO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연매출 10억 달러 이상이면서 AI 자동화를 도입 중인 대기업 350곳에 물었더니, 약 80%가 AI를 이유로 사람을 잘랐다. 여기까지는 놀랍지 않다. 놀라운 건 뒤따라온 한마디다. 사람을 자른 기업이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확률은 자르지 않은 기업보다 높지 않았다.
이 연구를 맡은 가트너 부사장 헬렌 푸아트뱅은 아주 직설적으로 말한다. “감원은 예산을 비워줬을지 몰라도, 성과는 비워주지 못한다.” 더 따끔한 말은 그다음이다. “ROI를 끌어올린 건 사람에 대한 수요를 없앤 기업이 아니라, 사람을 키운 기업이었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이번 AI 감원 물결 전체의 오판이 숨어 있다.
장부 위에서는 예뻐 보이지만, 정작 계산이 맞지 않는다
감원의 유혹은 그것이 유난히 숫자로 잡기 좋다는 데 있다. 350명을 잘라내면 인건비가 곧장 재무제표에서 사라진다. 이 숫자는 정확하고, 즉각적이며, CFO 눈에 똑똑히 보인다. AI는 마침 완벽한 명분까지 내준다. 우리에겐 에이전트가 있으니 이만한 사람은 필요 없다는 것. GitLab은 “에이전트형 AI 시대”를 명분으로 조직을 다시 짰고, 관리 단계 몇 층을 잘라내고 22개국에서 철수하며 약 350명에게 영향을 줬다. Pleo는 재무 AI 에이전트를 내놓은 다음 날 감원을 발표했다. 동작은 깔끔했고, 이야기는 그럴듯했다.
문제는 아낀 비용이 벌어들인 성과와 같지 않다는 데 있다. 가트너의 데이터를 보면 사람을 자른 기업과 자르지 않은 기업이 “뚜렷한 성과”와 “마이너스 성과”에 떨어지는 비율이 거의 똑같았다. 다시 말해 감원이라는 동작 자체와 ROI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그건 빈자리를 만들었을 뿐, 가치를 만들지는 못했다.
감원은 AI 시대에 가장 숫자로 잡기 쉬우면서 가장 그르치기 쉬운 동작이다. 인건비가 재무제표에서 사라지는 건 사실이지만, 성과가 장부 위에서 자라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들은 AI의 쓸모를 잘못 샀다
비용은 아꼈는데 왜 성과는 돌아오지 않았을까. 이 기업들이 처음부터 AI의 쓸모를 거꾸로 잡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AI를 사람을 대신하는 비용 절감 도구로 봤다. 같은 일을 기계가 하니 사람은 필요 없다는 식이다. 그런데 지금 AI가 가장 못하는 일이 바로 “사람 없이 일을 끝까지 해내는 것”이다. 가트너의 또 다른 연구를 보면 AI 에이전트가 사무 업무에서 내는 오류율이 약 70%에 이른다. 열에 일곱은 틀리는 실행자에게서, 그것을 지켜보고 바로잡고 결과에 책임지던 사람을 잘라냈다면, 남는 건 비용 절감이 아니라 방치다.
AI가 진짜로 값나가는 자리는 반대편에 있다. 사람의 판단을 키워주는 일이다. 판단력 있는 사람이 AI의 힘을 빌려 산출을 열 배로 키우고, 검증을 몇 주에서 몇 시간으로 줄이고, 한 사람이 감당하는 범위를 몇 배로 넓히게 하는 것. 이건 사람에 대한 수요를 줄이지 않는다. 오히려 한 사람 한 사람의 지렛대를 키운다. 실제로 성과를 거둔 기업들이 한 일이 바로 이것이다. 푸아트뱅의 말처럼 이들은 “사람이 자율 시스템을 이끌고 다루게 하는” 새로운 역량과 새로운 역할에 투자를 늘렸지, 한칼에 잘라내지 않았다.
실행은 점점 싸지고 판단은 점점 값나간다. 이것이 AI 시대의 가장 기본적인 가격 법칙이다. 그런데 감원 물결이 한 일은 정확히 그 반대였다. 싼 실행과 값나가는 판단을 한데 묶어 통째로 잘라낸 것이다. 아낀 건 실행의 비용이고, 잘라낸 건 판단의 성과다. 양쪽 다 손해를 본다.
개인에게는 아주 또렷한 신호다
렌즈를 기업에서 너 자신에게로 옮겨 보면, 이 일은 모든 직장인에게, 특히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유난히 또렷한 신호를 준다.
이번 AI 물결에 잘려나갈 사람은 자기 자신을 “실행자”로 규정한 이들이다. 네 가치가 이미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해진 일을 그저 해내는 데 있다면, AI는 정말로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 반대로 살아남고 심지어 더 값나가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판단을 키우는 층”으로 바꾼 이들이다. 무엇을 할지 정하고, 무엇이 좋은지 가려내고, 틀린 것을 막고, 결과에 서명한 다음, AI로 그 판단을 열 사람 몫의 일로 키워내는 사람이다.
기업 차원의 “사람을 대체하지 말고 키워라”는 개인 차원에서는 이렇게 옮겨진다. AI와 실행을 두고 다투지 말고, AI가 대신할 수 없으면서 여전히 없으면 안 되는 그 판단자가 되라는 것. 열에 일곱은 틀리는 에이전트야말로 이 판단자에게는 가장 든든한 고용 보장이다.
판단
이번 AI 감원 물결의 본질은 대규모 귀인 오류다. 기업은 AI가 일을 해내는 걸 보고 가치가 “일하던 사람을 없애는 데”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가장 숫자로 잡기 쉬운 비용을 향해 칼을 댔고, 그 결과 잘라낸 건 성과를 만들어내던 그 층이었다. 가트너는 2028~2029년이 되면 제대로 생각을 정리한 기업들이 AI 때문에 다시 사람을 뽑기 시작하리라 전망한다. 기계가 못 하는 새로운 역할을 뽑는 것이다.
비용을 아끼는 일과 성과를 버는 일은 애초에 같은 일이 아니다. 사람을 비용으로 보면 아낄수록 가난해질 뿐이고, 사람을 지렛대로 봐야 비로소 AI가 진짜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 이번에 너무 일찍 잘라버린 기업은 조만간 사람을 다시 모셔와야 할 테고, “기계가 끝낸 뒤에 사람은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분명히 짚은 기업은 애당초 이 굽잇길을 돌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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