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아버지 하사비스가 DeepMind 일상 운영에서 물러난 날, 구글 수석과학자는 세 명을 데리고 나갔다
8월 5일 구글은 데미스 하사비스가 Google DeepMind 의장으로 올라가며 일상 운영을 넘긴다고 발표했다. 알파벳 주가는 그날 5% 넘게 빠졌다.
하사비스라는 이름은 설명이 필요 없다. 알파고가 인류 최고수들을 이겼을 때 전 세계가 지켜봤고, 이후 알파폴드로 그는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그래서 소식이 나오자 모두가 그 얘기를 했다.
그런데 같은 날, 거의 아무도 자세히 보지 않은 소식이 하나 더 있었다. 구글 수석과학자 제프 딘이 퇴사해 창업한다는 것.
5% 하락은 결과다. 하사비스가 위로 올라간 것도 신호의 절반일 뿐이다. 정말 치명적인 나머지 절반은 아무도 읽지 않은 그 소식 안에 있다.
컴퓨터 한 대를 같이 쓰던 두 사람이 함께 나갔다
제프 딘은 1999년 사번 30번으로 구글에 들어와 27년을 있었다. 이 이름이 낯설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가 만든 것들은 매일 쓰이지만, 바깥에 이름이 드러난 건 하나도 없다.
그와 함께 나가는 사람이 산제이 게마와트다.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지만, 구글 안에서 그와 제프 딘은 회사가 20여 년간 배출한 단 두 명의 level 11 시니어 펠로우다. 기술직 최고 등급이고, 그 자리에 오른 사람은 이 둘뿐이었다.
2018년 12월 『뉴요커』가 두 사람을 다룬 기사를 실었다. 제목은 「구글을 거대하게 만든 우정」. 다루는 건 그들의 전공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같은 컴퓨터 한 대 앞에 붙어 앉아 코드를 쓴다는 사실 자체다. 딘은 거기서 이렇게 말한다. 찾아야 할 것은 자기 사고방식과 맞는 페어 프로그래밍 짝이고, 그래야 둘이 합쳐져 서로를 보완하는 힘이 된다고.
함께 나가는 사람이 둘 더 있다. Google Brain 창립 멤버 쿽 레, 그리고 Google DeepMind의 수석 연구과학자 오리올 비니알스.
네 사람, 새 회사 하나. 이름은 Discovery Loop, CEO는 제프 딘.
그는 27년 동안 같은 일을 했다
그의 이력을 한 줄로 늘어놓으면 유난히 단조로운 규칙이 보인다.
초기에 그는 구글 검색 색인 규모를 100배로, 질의 처리 능력을 1000배로 키웠다. 구글 최초의 광고 시스템과 콘텐츠 광고 플랫폼도 그의 것이다. 이어 MapReduce, BigTable, Spanner, TensorFlow, Pathways — 제품 같지 않은 이름들의 연속인데, 애초에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들이 제품을 만들 때 밟고 서는 바닥이다. TPU 프로젝트도 그가 시작했다. 이후 Google Brain과 Google Research를 이끌며 word2vec, 신경망 구조 탐색을 했다.
이십칠 년, 그가 반복한 일은 하나뿐이다. 아무도 못 할 만큼 어려운 일을, 누구나 손쉽게 쓰는 것으로 바꾸는 일.
이 운영체제에는 말해지지 않은 전제가 있다. 기반을 쌓을 시간이 있다는 전제. 쌓아두면 남들이 쓰고, 전 세계에서 임대료가 들어온다.
MapReduce에서 TensorFlow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 TPU는 시작부터 정말 쓸 만해지기까지 연 단위였다. 이 방식은 구글의 첫 25년 동안 성립했다. 그 25년간 구글은 규칙을 정하는 쪽이었고, 시계를 자기가 쥐고 있었으니까.
같은 날, 구글은 시계를 앞당겼다
하사비스가 맡는 자리는 Google DeepMind 의장이자 알파벳 수석과학자다. 그리고 제프 딘이 떠나기 전 직책이 바로 구글 수석과학자였다. 같은 날 이 직함은 주인이 바뀌었고, 한 단계 위로 올라갔다. 구글에서 알파벳으로.
하사비스 본인의 표현은 이렇다. 지금이 Google DeepMind의 일상 운영 책임을 넘길 적절한 시점이고, 그래야 더 큰 그림에 집중할 시간과 여유가 생긴다.
넘겨받는 사람은 코라이 카북추오글루. 기존 수석 AI 아키텍트로,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해 순다르 피차이에게 직접 보고한다.
한 사람은 위로 올라가 구상하고, 한 사람은 내려와 납품한다.
공정하게 말하면 이건 밀어내기도, 궁중 암투도 아니다. 하사비스는 DeepMind 공동창업자로 2014년 구글 인수 이후 지금까지 이끌어왔다. 정말 밀려나는 거라면 이런 모양이 되지 않는다. 구글이 인정하고 있는 것은, 지금 국면에서 희소한 자원은 큰 질문을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라 분기마다 물건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모델 출시 속도, 기업 계약, 유통 채널 — 올해 AI 경쟁이 굴러가는 곳은 여기다. CEO에게 직접 보고하고 납품에 책임지는 수석부사장이, 더 큰 그림을 고민하는 수석과학자보다 급하다.
시계가 빨라졌다. 그리고 기반을 다지는 일은, 이제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구글은 내쫓은 게 아니라, 담길 자리를 찾아줬다
Discovery Loop는 공익법인으로 등록됐고, AI로 과학 연구를 자동화하는 일을 한다. 자기네 표현으로는, 거대한 연산 규모로 혁신의 속도와 효율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번역하면 이렇다. 과학 연구를 빠르게 만드는 기반을 짓겠다.
제프 딘이 이십칠 년 해온 바로 그 일 아닌가. 다른 점은 지금까지 지은 기반이 구글 엔지니어용이었다면, 이제는 전 세계 과학자용이라는 것뿐이다.
투자는 Radical Ventures와 Khosla Ventures가 공동 주도하고 Kleiner Perkins, Lightspeed, Doerr Capital이 참여했다.
명단에 하나가 더 있다. 알파벳도 돈을 넣었다.
피차이는 분명히 말했다. 구글은 창업 투자자이자 클라우드 파트너로서 Discovery Loop와 계속 협력하겠다고.
그러니 이 일의 전체 모양은 이렇다. 구글은 자사 최강의 기반 설계자 네 명을 정중히 배웅하고, 그들에게 돈을 넣고, 클라우드까지 팔려 한다.
붙잡지 못한 게 아니라 둘 데가 없었던 것이다. 구글 조직은 지금 분기 단위로 돌아가고, 3~5년 걸려야 성과가 나는 기반 프로젝트는 사내에 기안할 자리조차 없다. 밖으로 내보내는 편이 오히려 매끄럽다. 외부 자본으로 먹여 살리고, 클라우드로 묶어두고, 정말 뭔가를 만들어내면 구글이 첫 번째 구매자가 된다.
그 시스템은 이제 회사 밖에서 길러진다
구글의 첫 25년은 제프 딘의 그 운영체제로 세워졌다. 색인, 광고, MapReduce, BigTable, TPU — 층층이 그와 산제이의 그 느리고 꼼꼼한 작업으로 쌓였다.
이제 그 시스템은 회사 밖으로 옮겨졌고, 구글은 여전히 돈을 대며 살려두고 있다.
이게 영리한 건지 겁먹은 건지는 지금 말하기 이르다. Discovery Loop가 첫 기반을 놓았을 때, 혹은 구글이 다음번에 제프 딘만 만들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해졌는데 그가 이미 건물 안에 없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그때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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